- The Survival Log from Ahn Sung Hwan |
- Nice Ahn! Nice Artist! |
- All of this is actually maybe a very serious matter of survival |
- What Matters is the Act of Making Formula |
- The Survival Log from Ahn Sung Hwan
: Surviving in Neoliberalism
Eun Chong Choi/최은총 (Independent Curator)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작가로 활동하는 안성환(Ahn Sung Hwan, 1989-)은 개인으로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내에서 살아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예술 활동을 바라본다. 자신의 포트폴리오 제목을 “안성환의 생존일지”라 지을만큼 작가에게 예술 활동 전반은 신체의 안위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안위까지 포괄하는 존재론적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작가의 작업에 드러난 주요한 관심사는 스스로의 ‘생존’과 그 ‘전략’으로, 그는 생존에 필요한 도구(props)를 제작하고, 도구를 사용할 상황과 사건을 기획한다. 이에 그의 작품은 조각과 설치뿐만 아니라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즉, 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이용한 소품 제작을 포함해 퍼포먼스와 워크숍이라는 다원적인 형식으로 표현된다.
본 글은 안성환 작업 전반에 나타난 ‘생존’의 함의를 제인 베넷의 정치생태학적 관점에서 밝히기 위한 시도이다. 본디 생존(生存, survival)이란 ‘생존자', ‘생존수칙' 등의 단어 활용 범위를 살펴보았을 때처럼 ‘생물학적인 생명 유지'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그러나 우리가 생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live)'은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수행하며, 자신의 자리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포함하므로 필히 사회적 차원과 맞닿게 된다. 이러한 논의를 따라 안성환은 생물학적으로 생존해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생존을 욕망하며 생존의 함의를 넓힌다. 또한 예술 활동을 통해 특별한 과정을 거쳐 신체를 물질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자신의 부산물이자 행위소로 이해하며 세상에 적극적으로 퍼트리는 전략을 펼친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제작된 그의 초기 작품은 그가 네덜란드에서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시점에 ‘작가’의 지위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으며, 2019년 이후 보다 실험적인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안성환은 자신이 ‘작가’로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자신의 작품을 사회 구조에 편입시킨다. 그 방법으로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고 선보이는 데 있어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연루시키고자 한다. 작가는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위시한 예술 작품에서의 경제 논리를 유희하고, SNS를 기반으로 한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차용하며, 소품의 제작과 판매로 소비문화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내에서 사회 구조를 이용한다.
작가로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담은 안성환의 포토폴리오인 ‘생존일지’에서 작가는 작품 목록을 “생존이라 불리는 사건들(events)”이라 표현한다.1) 그렇기에 그의 주요한 관심사인 ‘생존’은 행위를 내재한 ‘사건’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단지 생물학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안성환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고유성을 규정해줄 수 있는 얼굴, 몸체, 향,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사건화하고 이를 생존과 연결지어 절박하게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그는 사건을 통해 자신의 부산물들 세상에 퍼트리기 위한 도구를 O.E.M으로 제작하는데, 자신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가 적힌 티셔츠를 제작하고, 같은 그래픽을 활용하여 공원 한가운데 전광판을 세우는 식이다(도1, 2). 그리고 얼굴을 석고로 캐스팅하여 실물 크기의 조각상을 만들고, 조각상에 줄을 매달아 네덜란드와 한국의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다(도 3).
안성환의 ‘사건’은 수 많은 비인간적 요소-티셔츠, 전화번호, 전광판, 석고의 무름 정도, 바닥의 돌, 밧줄의 장력-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기에 안성환이 만들어낸 ‘도구’와 이 도구들이 안성환과 만들어낸 ‘사건’은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 능력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사건과 결합된 비인간의 행위 능력은 곧 작품에 무한정한 변형을 창출해낸다. 결국, 작가의 “생존이라 불리는 사건들”은 배치 안에서 창발하는 비인간의 행위 능력과 그 변형 과정을 포함하기에, 그의 생존 전략은 자신의 부산물인 예술 작품-비인간 행위소-과 자신을 같은 선상에 놓고 함께 행위 하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베넷의 정치생태학적 관점에서 안성환의 작품이 ‘정치’를 행하는 공중(public)의 일원이 되는 지위를 가지는 것이 된다. 흥미롭게도 베넷의 논의를 따라 확대된 비인간 ‘정치'가 가능하게 된 안성환의 작품은 경제 제도와 미술 제도를 거치며 인간 주체의 사회적 위치짓기로까지 나아가가게 된다. 그렇기에 비인간과 함께하는 그의 사건적 생존은 ‘생명’ 이상의 존재론적 안위를 보장받는 지위와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
특히 본 글에서 주목할 <Ejaculation; My Scent>(2020)은 자신의 향을 추출해 향수로 제작하고 향수병에 담아 상품화한 작품으로, 이후 <Sweet!>(2023)을 통해 그 향이 담긴 거대한 풍선을 만들어 전시 공간에 퍼트림으로써 자신의 향이 세상에 퍼지는 사건을 기획한다(도 4, 5). 그는 <Ejaculation; My Scent>에서 자신의 작품을 ‘사정(ejaculation)’이라 칭하며 자신의 일부이자, 잠재를 지닌 행위소로 규정한다. 인간의 사정은 생리학적 반응의 부산물인 정자를 배출하여 새로운 인간의 출생을 이끌어내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성환이 작품 제목을 ‘사정’이라 짓고 그 결과물로 ‘향’을 제시한 것은 자신의 고유한 냄새 입자를 ‘정자’로 은유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정자들을 세상에 퍼트리기 위함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를 베넷의 ‘의인화'에 따라 안성환의 규정을 경유해보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2) 베넷은 자연과 인간의 동형 관계에 주목하며 세계가 주체-객체로 이분화되어 있는 것이 아닌 서로 얽혀있는 물질성의 세계가 존재함을 발견했다고 말한다.3) 베넷이 의인화에 주목한 방식은 안성환이 세상에 퍼진 그의 냄새 입자를 정자라 규정한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그렇기에 정자로의 은유는 안성환이 비인간인 예술 작품의 행위력을 인간의 생식 능력과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작가의 ‘생존’을 위한 노력은 인간이 흩뿌리기를 행한 것을 초과하여 비인간의 행위력을 통해 다양하게 구성되어 연합을 형상하는 물질성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안성환의 작품은 다양한 연합체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과 전시하는 방식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Ejaculation; My Scent>(2020)에서 작품을 이루는 주요 매체인 ‘향’은 ‘상품 경제’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관람자에게 도달한다. 그는 전문가와 협업하여 O.E.M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여 마치 상품처럼 디스플레이 한다. 다시 말해 작품은 ‘향’을 유통하는 방식을 모방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상품 경제를 둘러싼 제도에 침투하게 된다. 또한 ‘작품'이라 명명된 향수는 상품 경제의 외견 가운데 미술 제도에 닿게 된다. 작품의 제작과 전시의 과정에서 상품 경제를 경유한 작품은 다시 미술 제도와 결탁하여 계속해서 지위와 위치가 변화된다. 다시 말해, 미술 작가로서 그의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그의 ‘향’은 상품 경제 논리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찾아가 그의 ‘향’을 맡는 경험은 특별한 일회적 경험, 즉 ‘사건’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의 의도를 넘어 그의 작품을 둘러싼 수많은 비인간 행위소의 행위력과 제도는 그의 작품이 배치 속에서 스스로 ‘조작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드러내게 된다.
결국 작품의 제작-전시-제도의 순환은 인간 주체의 생존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인간 주체를 넘어서는 존재력으로 남게된다. 이에 안성환의 예술 활동을 통한 ‘생존 전략’은 다양한 비인간 행위소의 행위력에 기대어 확장된 존재론을 꾀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수많은 비인간 행위소의 배치에 참여함으로써 비인간의 정치적 행위 능력을 규명함으로써 스스로의 사회적 위치 짓기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작가가 신자유주의 내의 존재론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펼쳤던 전략은 비인간의 생태정치와의 합작으로 수행될 수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물질적 세계를 작품에 연루시는 방식으로 자연과 문화의 동형 관계에 주목하며 비인간과 함께 사회적 위치짓기를 시도했다고 말할 수 있다.
1) 안성환의 포토폴리오와 홈페이지 https://www.ahnsunghwan.net/ (2023년 6월 10일 검색).
2) 베넷은 생기적 유물론에서 인식의 의인화적 요소는 반향과 상의 세계 전체를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베넷은 우리가 의인화를 통해 존재론적으로 구별되는 존재 범주(주체와 객체)로 가득한 세계가 아닌, 다양하게 구성되어 연합을 형성하는 물질성의 세계를 발견해낼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울 수 있게 된다고 전한다. 이를 통해 의인하는 여러 범주적 구분을 아우르는 유사성을 드러내고 ‘자연’의 물질적 형태와 ‘문화’의 물질적 형태 사이의 구조적 평행을 드러내며 둘 사이 동형 관계를 조명할 수 있다. 제인 베넷, 『생동하는 물질: 사물에 대한 정치생태학』, 문성재 역 (현실문화, 2020), 246-247.
3) 앞의 책, 246.